[파워인터뷰]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21.07.20 15:51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15일 광주매일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된 노동 환경을 반영하고, 업그레이드시켜 미래 노동권 중심의 보편적 복지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창립해 활발한 시민운동 활동을 펴오고, 최근 ‘기본소득 비판’을 출간한 이 교수로부터 그가 말하는 복지국가론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오성수 사업본부장

▲지난 2007년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창립해 공동대표로 활동해 오다 현재는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데,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의료보험증이 없거나 부실해 제대로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임상 의사가 될 것인지 복지국가로 만드는 시민운동가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온 국민에게 의료보험증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을 통해 정치·사회적으로 공론을 모아야 했다. 그래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30년 넘게 이어 오고 있다.

▲최근 ‘기본소득 비판’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는데.

-단순하게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책이 아니라 기본소득을 있는 그대로 소개한 책자다. 기본소득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의 복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정책적으로 밝혔다.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알고 있는 보통 명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개념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하나의 국가 체제 또는 거대한 제도로서 일종의 담론이다. 기본소득 담론이라고 하는 것은 비전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데, 바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실질적 자유의 구현이다. 기본소득 제도에는 6가지의 원칙이 필요하다. 보편성과 무조건성, 정지성, 개별성, 현금성, 충분성 등이다.

▲6가지 원칙을 모두 지키는 기본소득은.

-현금의 크기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만큼 충분해야 된다. 이를 완전 기본소득이라고 한다. 완전한 기본소득이 되려면 이 금액의 충분성이 담보가 돼야 한다. 연구 결과,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전 국민에게 나눠줘야 한다. 우리나라 GDP가 연간 2천조원 규모인데, 이 중 25%면 500조원이다. 이를 5천200만 국민에게 나눠주면 한달에 80만원 정도다. 그런데 추가 재원 마련이 어렵다. 그래서 기본소득론자들은 완전 기본소득의 절반 수준인 부분 기본소득을 말하고 있다. 한달에 30만원-5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대체적으로 기본소득의 원칙을 잘 지킨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확보가 관건이다. 때문에 일부 기본소득론자들은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는데.

-여당의 한 대선주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의 경우, 도입 첫 해에는 10조원으로 시작했다가 다음에 25조원으로 늘리고, 이후 세금을 더 걷어 기본소득 재원을 점진적으로 늘려가자는 식인데, 이는 성립될 수 없다. 국민들이 한해 국세로 내는 세금은 300조원 정도인데, 이 돈은 기존의 보편적 복지에 쓰이고 있는 돈이거나 쓰여야 될 돈이다. 이를 기본소득으로 사용한다면 보편적 복지 국가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 왜 그런가 하면 보편적 복지 국가가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OECD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 지금은 GDP의 20%를 조세 부담으로 하고 있는데 OECD 국가들 평균은 25%다. 그러면 GDP의 5%포인트 만큼을 확충해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럼 이 돈을 가지고 뭘 해야 되느냐. 보편적 복지 국가의 확대와 강화에 이 돈을 써야 복지 국가가 발전한다. 그런데 이 돈을 기본소득으로 나눠주고, 앞으로 세금을 더 걷어도 그 돈 역시 기본소득으로 나눠줘 버리면 대한민국의 복지는 지금의 초기 단계에서 멈추게 된다.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 국가는 작동하는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보편적 복지는 사회적 위험과 필요에 대응하는 것이고 필요에 상응해 지원하는 것인데 기본소득은 필요 같은 것은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재정을 놓고 서로 경합하고 경쟁한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는 같이 갈 수가 없다. 그러니까 기본소득을 하고 싶으면 보편적 복지 효과를 포기해야 되는 것이고, 보편적 복지 국가를 발전·강화시켜 북유럽 방식으로 국민 행복의 복지국가 시대를 열고 싶으면 기본소득은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소득 보장 사각지대의 해법이 될 수 있나.

-기본소득의 작동 원리는 보편성, 무조건성이다. 온 국민에게 조건을 달지 않고 똑같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50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동원할 수 있다면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어지는 게 맞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과적으로 적은 돈을 나눠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없다. 복지 사각지대를 진정으로 해소하고 싶다면 돈이 필요하거나 복지가 필요한 국민에게 정확하게 필요에 상응하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에 추가적인 재원을 더 할당하는 것이 옳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대선에서 기본소득 공약이 화제가 됐다. 세계적으로는 어떤 상황인가.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완전 기본소득 내지는 완전에 가까운 부분 기본소득이다. 예를 들면 지난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앤드류 양이 있다. 앤드류 양은 미국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1인당 1천 달러를 나눠 주겠다고 했다. 기존의 복지를 다 없애고 그 돈으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1천 달러씩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에서 거론되는 기본소득도 완전 기본소득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그야말로 푼돈 기본소득이고 가짜 기본소득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대부분 거론 단계에서 멈췄거나 지금은 쇠퇴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중요한 유럽의 경험이 있다. 바로 2016년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다. 그때 거론됐던 금액이 한 달에 우리 돈으로 300만원이었다. 국민들은 처음엔 좋다고 했지만 재원 마련을 두고 기존의 복지를 없애고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니깐 국민들이 반대해 헌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늘면서 전통적으로 고용을 중심으로 한 기존 복지체계 작동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기존 사회보험의 원리나 보편적 복지 국가의 여러 제도들은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다. 지금의 고용보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덴마크나 프랑스처럼 유럽의 복지 국가들은 변화된 노동환경을 반영해 이제 누구라도 소득이 있으면 바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고용 관계를 떠나 보편적 복지 국가로 진화하고 발전한다. 기본소득 방식이 아니더라도 기존 보편적 복지 국가의 고유한 방식을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사각지대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일자리는 늘어난다고 관측되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일자리 중 많은 일자리들이 없어질 것이다. 반면 새로운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과학 기술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욕구와 필요가 계속 커지기 때문에 그렇다. 과거에는 집에서 돌봄을 하던 것을 이제 사회화되다 보니까 수많은 돌봄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노동시장에 있어 역동성과 변화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불안정성이 커진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심리적으로 불안해질 수가 있다. 그러면 미래 시대 일자리에 대한 불안정성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 기본소득을 똑같이 한 달에 얼마씩 나눠주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국가가 그 돈으로 일자리 불안정에 대비한 국민 모두의 보편적 능력을 키워주는게 좋은지의 문제인데, 이미 답은 나와 있다. 기존의 보편 복지 국가 모델은 사람에 대한 투자와 경제 성장을 유기적으로 통합시킨 것이다. 그래서 지금 덴마크나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은 바로 사람에게 보편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더해서 혁신적이고 공정한 경제를 만들고 있다. 이같은 미래 패러다임으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그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 국가가 기본소득으로 다 나눠주고 난 다음 돈이 없어 작은 정부가 돼서 무기력한 정부로 전락해 버리는 것은 미래의 우리 국민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부가 아니고 무책임한 정부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 노동권 중심의 보편적 복지 국가가 우리의 답이다.

▲복지 국가에서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보이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보편적 복지 국가는 정치가 해야 된다. 여기에서 스웨덴 모델의 경험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100년전 스웨덴 국민의 3분의 1이 배가 고파 미국으로 떠났다. 그 나라가 100년 만인 현재 행복 순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100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바로 보편적 복지 국가라고 하는 제대로 된 국가 발전 모델을 제도적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복지 국가 정치다. 북유럽 국가들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정치가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투명하고 공정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치 복지국가 건설을 모티브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최권범 기자
공지사항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