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에 대포통장을 대여해주고, 1조원 규모의 범죄수익금 자금세탁을 한 조직이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대비해 범행 사무실을 단기 임차해 수시로 이동하는 등 치밀한 행동 수칙에 따라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전남지방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에 따르면 범죄단체 조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40대 총책 A씨 등 14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대포통장 117개를 보이스피싱·사이버도박 등 범죄조직에 유통하고, 1조원 규모의 범죄수익금을 자금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20년 2월께부터 2023년 6월께까지 62개 유령법인을 설립해 법인명의 통장 117개를 개설한 후, 매월 대여료 200-300만원을 받고 보이스피싱, 사이버도박 등 범죄조직에 유통했다.

또 범죄조직의 수익금을 여러 계좌를 거쳐 이체하거나,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는 방법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세탁했다. 이들이 3년여 동안 통장 대여료와 자금세탁 수수료로 얻은 수익은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총책, 통장모집책, 계좌관리책, 출금책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 범행에 필요한 사무실, 대포폰, 대포통장, 활동비를 지원하면서 구체적인 행동 수칙에 따라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또 추적이 어려운 해외 기반 메신저를 이용하고 범행 사무실을 단기 임차해 수시로 이동하는 등 경찰 추적을 대비한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지난 3월 하부조직원 4명이 검거됐음에도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책 2명을 위장 자수시키는 등 꼬리를 자르며 범행을 지속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경찰은 추적수사를 통해 범행사무실을 파악, 현장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PC, 통장, OTP 등 증거를 확보함과 동시에 총책 등 18명을 전원 검거했다.

경찰은 총책의 주거지 금고에서 현금 2억515만원을 현장 압수했고, 나머지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추적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할 방침이다.

더불어 월 50만원의 대가를 받고 명의를 빌려준 유령법인 명의자 50명에 대해서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령법인 설립을 위한 명의 대여행위와 타인에게 통장을 제공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경찰은 대포통장을 사용한 범죄조직과 유령법인 설립에 관여한 법무사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법인 계좌가 범행에 악용되기 쉬운 현행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복 기자